커피와 설탕 (6). 당분이 필요한 순간. 설탕과 쾌락
달콤한 커피맛 크림 같은 달고나 커피와, 커피가 급할 때 요긴한 커피믹스를 보다가 설탕이 궁금해졌습니다. 커피와 설탕이라는 주제로 설탕에 대해 심화학습 중입니다.
혹시 입 안에서 달콤한 설탕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쓰일까요? 이 물음은 탄수화물, 탄수화물의 대사, 인슐린, 당뇨병, 그리고 당뇨병의 치료까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설탕으로 돌아와서 설탕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왜 우리는 설탕에 끌리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커피 한잔 준비해 주시고 설탕을 글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글의 순서
당분을 찾아서
획기적인 당분 설탕. 설탕의 설은 눈(Snow)
커피와 설탕. 당분이 필요한 순간
당분이 불러오는 뇌 속의 오피오이드 펩타이드
설탕과 쾌락의 메커니즘 : 당분이 불러오는 쾌락
당분을 찾아서
엄마 젖을 먹을 때는 충분한 당분을 섭취할 수 있지만, 초기 인류는 먹거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탓에 젖을 떼고 나면 단맛을 꾸준히 섭취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 1만년 전부터 꿀을 먹어왔고, 약 4천년 전 이집트에서는 양봉이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꿀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는 꿀만으로는 필요한 당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당분을 찾아야 했습니다.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시럽, 보리 싹을 틔워 만든 엿기름, 조청 등이 대표적입니다.
획기적인 당분 설탕. 설탕의 설은 눈(Snow)
그런데 이런 것들 보다 훨씬 더 획기적인 것은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입니다. 사탕수수는 인도와 뉴기니에서 자생하던 벼과의 열대성 풀입니다. 사탕수수는 연평균 기온 20도 이상, 강수량 1500 mm 이상의 고온 다습한 열대지역에서 자랍니다. 사탕수수는 줄기 속에 자당(Sucrose)을 농축해서 저장합니다. 자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입니다. 처음에는 사탕수수 자체를 질겅질겅 씹는 것으로 당분을 섭취했으나, 약 2500년 전쯤 사탕수수 줄기에서 즙을 짜내고 졸여서 갈색 덩어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흙덩이 같았기 때문에 설탕(Sugar)과 자당(Sucrose)이라는 이름 자체가 자갈 또는 작은 덩어리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샤카라(sharkara)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 이렇게 사탕수수 줄기에서 즙을 짜내고 졸여서 만들어진 갈색 덩어리를 깨트려 사용했었습니다.
하얀 설탕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백설탕은 사탕수수 당즙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자당만을 추출한 것입니다. 순수한 자당은 흰색의 가루 형태입니다. 이 하얀 가루 상태의 모습으로부터 당은 당인데 하얀 눈(Snow, 雪) 같다고 해서 설당(雪糖)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고, 설탕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열대지방인 인도와 뉴기니에서 자생하던 사탕수수는 어떻게 해서 현재 전 세계의 당분 공급원이 되었을까요? 흥미로운 설탕의 역사에 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고, 이 포스팅에서는 커피와 설탕, 그 중에서도 설탕과 쾌락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커피와 설탕. 당분이 필요한 순간
사람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과도한 상상이긴 합니다만, 만약 단맛을 못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포도당을 공급해주지 못할 경우가 많을 것이고, 에너지원이 부족해진 경우라도 필요한 당분을 섭취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에너지원이 부족해져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단맛에 대한 감각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단맛을 추구하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한 예로 단 것을 먹으면, 인간의 뇌는 쾌락을 느낀다는 사실입니다. 설탕과 쾌락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당분이 불러오는 뇌 속의 오피오이드 펩타이드
지금부터는 설탕과 쾌락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달콤한 맛은 뇌 속에서 오피오이드 펩타이드(opioid peptide)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갑자기 오피오이드, 펩타이드란 용어가 나와서 당황스러우셨을 텐데요.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오피오이드(Opioid)는 아편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제 또는 마취제를 의미합니다.
펩타이드(Peptide)는 아미노산 단위체들이 인공적으로 또는 자연적으로 연결된 중합체입니다. 아미노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단백질일 텐데요. 펩타이드는 이 아미노산이 2~50개 정도 결합된 물질이며, 아미노산 개수가 50개를 넘어가는 중합체인 경우 단백질이라고 부릅니다.
펩타이드는 생물체 내에서 호르몬, 효소, 항체 등의 형태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대표적인 펩타이드 호르몬의 예로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 식욕 조절 호르몬인 그렐린과 렙틴 등이 있습니다.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표적 세포의 세포막 단백질과 결합하여 작용합니다.
설탕과 쾌락의 메커니즘 : 당분이 불러오는 쾌락
뇌에는 오피오이드를 받아들이는 수용체(Receptor)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들어붙습니다.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면, 우리 몸에서는 아편을 섭취했을 때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편은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 상처를 내어 흘러나온 진(津)을 굳혀 말린 고무 모양의 흑갈색 물질입니다. 아편에는 모르핀을 비롯하여 30가지 이상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습니다. 아편이나 아편에서 유래한 물질은 주로 통증을 조절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아편 성분이 중추신경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되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진통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아편은 진통작용 외에도 기침 억제 작용,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감소시키는 작용 등이 있어서 의약품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편이 기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주로 고통 완화, 졸린 듯한 상태에서 편안감, 의식혼탁, 무감정, 주의집중장애, 기분 고양, 황홀감, 불안 감소, 자존심의 증가 등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아편은 의존성과 내성이 발생할 수 있어 금단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주의해야 할 물질인 것은 분명합니다.
설탕과 쾌락은 아편과 쾌락이라는 관계와 닮아있습니다. 단맛 이야기 하다가 아편까지 살펴보았는데요. 진짜 아편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도 아편과 같은 작용을 하는 물질인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분비된다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마치며 …
이번 포스팅은 인류가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설탕은 왜 설탕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왜 당분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내용, 즉 설탕과 쾌락이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웠으면 합니다.
사람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맛에 대한 감각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단맛을 쫓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단 것을 먹으면, 인간의 뇌는 쾌락을 느낀다는 설탕과 쾌락의 메커니즘을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달콤한 맛은 뇌 속에서 오피오이드 펩타이드(opioid peptide)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뇌에는 오피오이드를 받아들이는 수용체(Receptor)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들어붙습니다. 오피오이드 펩타이드가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면, 우리 몸에서는 강도는 약하지만 아편을 섭취했을 때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편이 기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주로 기분이 좋아지고, 불안감이 줄어들며, 자존심도 느는 듯 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지치실 때 달콤한 것 드시면서 위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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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와 설탕 (1). 설탕의 본질과 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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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과학으로 풀어보는 단맛의 비밀
[네이버 지식백과] 펩타이드(Peptide) (생화학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아편 (약학용어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오피오이드펩티드(오피오이드펩타이드) (생명과학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