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품종 심화학습 (6) : 하이브리드(교배종)
커피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맛있는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으므로, 커피품종 심화학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5편의 포스팅을 통해 에티오피아 토착종, 티피카(Typica), 버본(Bourbon),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라는 커피 품종의 큰 줄기를 훑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러 품종들의 교배로 새롭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커피품종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순서
1950년대 이전 하이브리드(교배종)
(1) 문도 노보(Mundo Novo)와 카투아이(Catuai)
(2) SL28
(3) 파카마라(Pacamara)
1950년대 이후 하이브리드(교배종)
(1) RUIRU 11
(2) 사치모르(Sarchimor)
(3) IHCAFE 90
1950년대 이전 하이브리드(교배종)
(1) 문도 노보(Mundo Novo)와 카투아이(Catuai)
티피카 품종을 재배하고 있던 브라질에 버본이라는 새로운 품종이 들어오자, 이 두 품종의 자연교배로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졌고, 브라질 상 파울루 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품종의 이름이 문도 노보(Mundo Novo)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이것을 추가로 개량하였습니다. 티피카와 버본으로부터 새롭게 탄생된 문도 노보는 키가 크고, 생산성이 좋습니다. 향기와 맛도 좋은 편이지만 커피 녹병과 같은 주요 병에 약합니다. 주로 브라질과 페루 등 남아메리카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버본 품종이 토착화된 카투라(Caturra)가 있었습니다. 버본 계열의 카투라는 키가 작으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문도 노보와 카투라를 교잡시켜 카투아이(Catuai)를 만들어 냈습니다. 카투아이는 키가 작으며 생산성이 좋고 향기와 맛도 준수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커피 녹병에 취약합니다. 이 카투아이는 브라질 전역과 남아메리카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2) SL28
동아프리카에는 버본 품종이 토착화된 타가니카(Taganyika)라는 품종이 있었습니다. 이 품종은 가뭄에 강합니다. 타카니카와 야생에서 자라던 에티오피아 토착종인 루메 수단(Rume Sudan)을 교잡시켜 SL28이라는 품종을 만들어 냈습니다. SL28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우 받는 품종입니다. 케냐와 우간다의 아라비카 재배지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퍼져 나가있습니다. 중고도나 고고도에 적합하며 가뭄을 잘 견디지만, 커피 녹병과 같은 주요 병에는 약합니다. 커피나무를 수년 또는 수십년 방치한 후에도 다시 가꾸면 생산을 잘 할 수 있으며, 케냐에 60년에서 80년째 자라면서도 여전히 수확을 많이 할 수 것들이 있습니다. 커피 맛에서 블랙베리류의 느낌이 있는 SL28은 커피 유통업자들이 아끼는 최상급 품종입니다.
(3) 파카마라(Pacamara)
파카스(Pacas, 빠까스)와 마고히페(Maragojipe)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이 파카마라입니다. 엘살바도르 커피 연구소에서 여전히 개량중인 품종이며, 주로 엘살바도르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향기와 맛이 아주 좋지만, 커피 녹병에는 취약한 특징이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 하이브리드(교배종)
1950년대 이후에 현대적인 품종개량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기술 개발로 농업 전반에서 새로운 품종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의 한 축이었던 품종개량 기술의 개발은 커피를 포함한 다른 모든 농업분야에 영향을 미쳤으며, 1960년대 식량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아래에는 1950년대 이후에 개발된 대표적인 3개의 커피품종을 요약하였습니다.
(1) RUIRU 11
루이루 11은 케냐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1968년 케냐의 커피 생산량을 절반 가량 감소시켰던 베리병이 계기가 되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품종은 오랜 시간을 들여 여러 계통의 품종들을 교배시켜 가장 좋은 유전적 특성을 가질 수 있게 개량한 복합 품종입니다. 병충해에 강하면서, 향기와 맛이 좋은 편입니다. 여러 품종을 여러 단계를 거쳐 개량한 것입니다만, 개량에 사용된 대표적인 커피 품종은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담당한 카티모르(Catimor) 계열과 향기와 맛을 담당한 SL28 계열입니다. 또한 이 품종은 키가 작아 집약적인 농업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으며, 집약적인 농업 덕분에 생산성이 높습니다.
(2) 사치모르(Sarchimor)
코스타리카 북서부의 알라후엘라에서 1960년대 쯤에 발견된 것으로, 버본 품종이 코스타리카에서 토착화된 비야 사치(Villa Sarchi)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1974년 온두라스 커피 연구소에서 이 품종이 온두라스의 매우 높은 고도에서도 잘 적응하며, 강한 바람에 잘 견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야 사치 품종은 향기와 맛도 좋은 편입니다만 병충해에는 취약합니다. 70년대 커피 녹병이 중남미에 상륙할 것을 극도로 우려했던 이 지역의 커피 생산자, 육종자들과 세계 커피 산업체들은 병충해에 강한 커피 품종이 필요했습니다.
1967년에 포르투갈 커피 녹병연구소에서 커피 녹병에 저항력이 있으면서, 빽빽하게 심을 수 있도록 키가 작은 신품종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커피 녹병에 저항력이 있는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와 키가 작은 버본 계열의 비야 사치를 교배시켜 사치모르(Sarchimor)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치모르는 엘살바도르,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니카라과, 코스타리카에서 추가로 개량하여 재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치모르는 카투라와 티모르 하이브리드와의 교잡으로 개발된 카티모르(Carimor)와 비교되는 품종입니다.
IHCAFE 90
온두라스 커피 연구소(IHCAFE, Instituto Hondureno del Cafe)에서 카투라 품종과 티모르 하이브리드와의 교잡으로 만든 품종입니다. 사치모르 또는 카티모르와 대응되는 온두라스의 품종입니다.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으나 향기와 맛이 그다지 좋지 않고, 병충해에 취약합니다.
마치며 …
에티오피아 토착종, 티피카(Typica), 버본(Bourbon),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에 이어 이러한 기본 품종들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Hybrid)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이브리드를 교배종이라고도 합니다.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의 한 축이었던 품종개량 기술이 개발된 1950년대를 기준으로 1950년대 이전에 개발된 대표적인 커피품종과 1950년대 이후에 개발된 품종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설명한 1950년대 이전에 개발된 대표 품종은 문도 노보, 카투아이, SL28, 파카마라였으며, 이중 SL28과 파카마라는 최상급의 향기와 맛을 가진 품종입니다. 1950년대 이후에는 주로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품종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글에서 설명한 대표 품종은 RUIRU 11, 사치모르, IHCAFE 90입니다. 세 품종 모두 티모르 하이브리드 계열과 교배시켜 품종을 만들어 냈는데, 예상외로 IHCAFE 90은 병충해에 그다지 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피 품종의 개발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병충해나 기후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커피 품종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커피품종 심화학습을 통해 짚었던 대표 품종의 계보를 잘 이해한다면, 커피품종에 대한 지식을 최신화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커피 원두를 사실 때 이러한 지식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연관 포스팅 : 4번째 커피품종 심화학습 버본(Bourbon)
참고자료
* 참고 동영상 : Varieties of Coffee
* 참고 자료 : 아라비카 커피 품종, https://varieties.worldcoffeeresear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