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토착종으로부터 시작하는 커피품종
다른 농작물들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품종과 자라는 지역에 따라 그 향기와 맛이 각기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의 품종과 생산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커피종류! 로부스타, 리베리카, 아라비카‘라는 포스팅에서 커피의 품종을 크게 로부스타, 리베리카, 아라비카종으로 분류하여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 중 향기와 맛의 관점에서는 아라비카종 커피가 단연 우수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아라비카종 커피 아래에 있는 다양한 품종들의 원조인 에티오피아 토착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글의 순서
종속과목강문계
커피품종 심화학습에 앞서
에티오피아 토착종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품종의 뿌리가 된 에티오피아 토착종
종속과목강문계
커피 맛을 몰랐던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종속과목강문계‘ 라는 생물분류체계를 배웠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습니다. 생물분류 체계인 종속과목강문계는 순서를 작은 계급부터 큰 계급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한자와 영어를 함께 나타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생물분류 체계 (작은 단위 → 큰 단위)
종(種, Species) → 속(屬, Genus) → 과(科, Family) → 목(目, Order) → 강(綱, Class) → 문(門, 동물 Phylum, 식물 Division) → 계(界, Kingdom)
국립생물자원관에 나와 있는 내용과 Lucky21님의 블로그를 토대로 생물분류체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종(species)은 생물학의 각 분야와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됩니만, 인류가 생물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종’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청개구리, 호랑이, 소나무, 장미, 아라비카 커피 등이 종(species)에 해당합니다.
여러 유사한 종들을 묶어서 속(genus)이라고 하며, 여기서 다시 비슷한 속들을 묶어서 과(family)라고 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반복하여 계층구조를 이루게 됩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중간계급으로 나누기도 하며, 종의 경우는 아종(subspecies), 변종(variety), 품종(form)으로 더 세분하기도 합니다. 생물을 분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분야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생물분류 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Lucky21님의 블로그에서 몇 개를 가져와 봤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커피 아라비카 종(Species)의 아래 계급입니다. 종의 아래 계급에는 아종(subspecies), 변종(variety), 품종(form), 재배종(cultivar)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포스팅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품종(Varie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여기 이후부터는 품종을 그냥 생물분류 체계에서 종(species) 아래 단계에 있는 계급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생물분류 체계(큰 단위 → 작은 단위)
동물계 → 척추동물문 → 양서강 → 무미목(개구리목) → 청개구리과 → 청개구리속 →청개구리종
동물계 → 척추동물문 → 포유강 → 식육목 → 고양이과 → 큰호랑이속 →호랑이종
식물계 → 종자식물문 → 속씨식물아문 → 쌍덕잎식물강 → 장미목 → 장미과 → 장미속 → 장미종
식물계(Plantae Kingdom) → 속씨식물문(Angiospermae Division) → 국화아강(Asteridae Class)→ 용담목(Gentianales Order) → 꼭두서니과(Rubiace Family) → 커피나무속(Coffea Genus) → 커피 아라비카종(Arabica Species)
커피품종 심화학습에 앞서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커피 아라비카종의 아래 단계인 세부 품종(Variety)을 의미합니다. 세부 ‘품종’이란 생물분류 체계인 ‘종속과목강문계’에서 가장 아래 단계인 ‘종’ 의 아래 체계입니다.
커피 보다 익숙한 사과를 예로 든다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열매인 사과는 품종에 따라 색깔도, 모양도, 맛도 다릅니다. 사과나무도 품종에 따라 키와 가지의 형태, 잎의 형태 등이 다릅니다. 마트에서 한번 봤음직한 사과 품종을 나열해보자면 아오리, 홍로, 히로사키 후지, 시나노 스위트, 부사, 국광, 홍옥 등입니다.
품종에 따라 각기 사과 크기와 모양, 색깔이 다르고, 식감도 맛도 향기도 다릅니다. 커피 품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에 대응되는 것이 커피 아라비카 종이며 그 아래, 에티오피아 토착종, 티피카, 버본, 수마트라, 카투라 등 수많은 품종이 있습니다. 이 중 커피 품종을 세분화해서 알아보기 위한 시작점을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의 토착종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에티오피아 토착종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입니다. 아라비카 커피의 토착종은 에티오피아의 삼림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지역 내에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토착종이란 다른 종과 섞이지 않고, 그 지역의 자연조건 또는 재배환경에 적응한 동식물의 품종을 의미합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산림지역에서 발견되는 토착종의 유전적 다양성은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교배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현재도 에티오피아의 자연에서는 끊임없는 자연교배를 통해 많은 커피 품종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토작종 커피는 품질과 맛이 좋지만, 병충해에 약해 생산성이 낮은 특징을 보입니다. 따라서, 근래에 에티오피아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어 내는 인위적인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품질도 좋으면서, 병충해에도 강한 품종이 만들어져서 보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품종의 뿌리가 된 에티오피아 토착종
에티오피아 남서쪽의 산림지역은 커피가 시작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현재도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자연적으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이 산림지역에서는 수천종의 커피 품종들이 생겨났으며, 이 지역의 커피나무는 그만큼 유전적으로 다양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국토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동아프리카 대협곡(Great Rift Valley of East Africa)을 따라 사람들이 살아 왔습니다. 역사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은 커피나무를 숲속에서 가져온 후, 그들이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곳에 심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커피의 맛을 알았고, 좀 더 쉽게 커피를 먹기 위해서는 커피나무가 가까이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숲속에서 자연적으로 교배하고, 진화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더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 질 수 있게 해줍니다. 만약 숲속에 있는 커피나무를 모조리 가져와서 거주지 주변에 심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 커피나무들은 숲속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한 것만큼이나 유전적 다양성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옮겨 심은 것은 숲속에서 채집한 몇몇의 커피나무였고, 유전적 스펙트럼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숲에서 채집해 온 몇몇 품종들이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커피품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하라(Harar), 시다모(Sidamo), 예가체프(Yirga-cheffe), 지마(Jimmah), 리무(Limmu) 지역은 오늘날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가 생산되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보시다시피 커피 생산지가 에티오피아 남서쪽의 산림지역과 동아프리카 대협곡 주위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역사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던 지역이며, 산림지역에서 채집해온 커피를 심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마치며 …
커피의 품종과 생산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좀더 맛있는 커피를 선택하기 위해 커피 품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품종이란 ‘종속과목강문계’로 나타낼 수 있는 생물분류 체계에서 종(커피 아라비카)의 아래 계급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는 커피품종 심화학습의 첫 단계로 아라비카 종의 뿌리에 해당하는 에티오피아 토착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였습니다. 아라비카 종은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산림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은 커피를 먹었고, 산림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커피나무를 거주지 주변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모든 커피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산림지역과 비교해서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토작종 커피는 품질과 맛이 좋지만, 병충해에 약해 생산성이 낮은 특징을 보입니다. 따라서, 근래에 에티오피아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어 내는 인위적인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토착종에서 퍼져나간 세계 각지의 커피 품종 또한 품질과 맛이 좋은 반면 생산성은 낮습니다. 맛을 유지하면서, 생산성도 높이기 위한 시도와 연구는 세계의 커피 생산지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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