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커피품종 심화학습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

커피품종 심화학습 (5) :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

세상에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커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있습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품종은 염색체 수가 다른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의 자연교배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는 커피 녹병(Rust)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 세계로 각지로 퍼질 수 있었습니다. 커피품종 심화학습의 다섯 번째 주제인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글의 순서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의 발견

카투라(Caturra)와 카티모르(Catimor)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의 발견

1920년대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섬에 있는 커피나무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티모르 섬에는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이 함께 재배되던 곳이 있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원래 이 두 종(Species)은 염색체 개수가 다릅니다. 로부스타의 염색체 수는 22개(2배체)인데 반해,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의 2배인 44개(4배체)입니다. 따라서 이 두 종(Species) 간에는 자연 교배가 되기 어려우며, 따라서 자손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배와 사과를 함께 심어 재배를 하더라도 두 종 사이에 자연교배가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라비카종와 로부스타종간에 자연교배가 일어났고, 각각의 장점을 가진 새로운 품종이 생겨났습니다. 이 품종을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라고 부릅니다. 사과와 배를 들어 다시 비유를 해 보자면, 한 과수원에 심어져 있던 배와 사과나무 사이에 자연교배가 일어나 ‘배사과’라는 세상에 없던 품종이 생긴 것과 같은 것입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특징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 간 자연교배로 새로운 품종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현상은 발생했습니다. 새로이 생긴 티모르-하이브리드 품종은 아라비카종의 향기와 맛, 로부스타종의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향기와 맛 관점에서 아라비카종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았겠지만, 티모르 하이브리드는 거기까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당시에 커피 녹병(Rust)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커피 녹병은 잎에 먼지가 묻은 듯한 황갈색 반점이 생기고, 잎이 떨어지게 만드는 병입니다. 헤밀리아(Hemileia)라는 곰팡이성 병원균에 감염되어 생기는 이 병은 커피 생산량을 크게 감소시킵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티모르의 새로운 품종이 이런 녹병에 저항성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으며, 이 품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추세로 인해 티모르-하이브리드는 빠르게 퍼졌고, 1950년대 60년대에는 많은 티모르-하이브리드 품종의 커피가 생산되었습니다. 좀 전에 티모르-하이브리드의 향기와 맛은 아라비카종 커피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티모르-하이브리드가 널리 퍼진다는 것은 향기와 맛의 관점에서 커피 품질이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5번째 커피품종 심화학습의 주제,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확산 경로

카투라(Caturra)와 카티모르(Catimor)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향기와 맛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것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단, 맛을 개선하면서도 생산성까지 향상시켜야 한다는 요구 조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티모르-하이브리드를 개량하기 위해 카투라 품종과의 교잡을 선택했습니다.

카투라(Caturra)

버본 품종에 대해 썼던 지난 포스팅을 기억하시나요. 브라질 카투라(Caturra)에서 토착화된 버본 품종에 대해 말씀드렸었는데요. 이 품종이 바로 카투라(Caturra)입니다. 카투라는 부르봉(Bourbon, 버본) 섬에서 유전적 특성이 새롭게 만들어진 버본 품종의 우수한 향기와 맛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산성이 높았습니다.

카투라 품종은 오리지날 버본 품종의 유전자 중에서 커피나무의 키를 작게하는 방향으로 토착화된 품종입니다. 즉, 줄기에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사이의 간격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바뀐 품종입니다. 나뭇가지 간의 간격을 더 좁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된 것입니다. 키가 더 작고 아담한 크기라 더 촘촘하게 심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더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남아메리카 각지에서 인기가 좋았던 품종입니다.

카티모르(Catimor)

카투라 품종과 티모르-하이브리드와의 교잡으로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으면서도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 개발되었습니다. 카투라와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품종을 카티모르(Catimor)이라고 불렀습니다. 카티모르는 생산성이 좋아진데다가 병충해에 강했기 때문에 많은 커피 농부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카티모르 품종이 다시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향기와 맛이 개선되기를 바래서 버본 계열이었던 브라질 카투라와 조합한 것이었는데, 카티모르의 향기와 맛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티모르-하이브리드 안에 있는 로부스타 유전자의 힘이 여전히 너무 강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커피 생산자들이 좋아하는 카티모르는 스페셜티 커피 유통업자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 다만, 생산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이 품종의 커피가 많이 생산되어 유통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스페셜티 커피 유통업자들은 커피를 살 때, 카티모르 품종을 구분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커피 농장을 방문하여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커피 생산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마치며 …

세상에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가 커피 품종분야에서 발생한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이 자연교배로 새로운 품종인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커피품종 심화학습의 다섯 번째로 티모르 하이브리드와 카티모르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는 커피 녹병에 저항성이 있어 빠르게 퍼졌지만, 향기와 맛은 아라비카 종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품종의 향기와 맛을 개선하길 원했고 카투라라고 하는 버본 품종 계열과 교잡하여 카티모르(Catimor)라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품종도 생산성 측면에서는 더 좋아졌으나 향기와 맛 관점에서는 그다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널리 보급되고 있는 이 시점에 스페셜티 커피 유통업자들은 이 품종을 구분해 내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이 이왕이면 더 맛있는 품종의 커피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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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참고 동영상 : Varieties of Coffee
* 참고 자료 : 아라비카 커피 품종, https://varieties.worldcoffeeresear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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