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추출 변수와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 

커피추출 변수와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

여러 차례 고수들의 핸드드립 레시피를 소개했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자신만의 핸드드립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하고, 더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 레시피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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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순서

커피추출 원리와 커피추출에 영향을 주는 변수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와 변수
커피추출 변수 간의 상호관계와 합성함수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 목표와 바리스타의 역할


커피추출 원리와 커피추출에 영향을 주는 변수

커피의 향기와 맛은 커피 성분을 얼마나 추출해내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많은 성분이 추출된다면 더 진한 커피가 된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커피 한잔을 위해서는 커피의 종류에 따라서, 그리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 맞춰서 커피 성분을 알맞게 추출해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커피의 향기와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커피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그리고 물의 온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변하면, 커피의 향기와 맛도 변합니다. ‘변한다’에 대응되는 용어가 변수(variables)입니다.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와 변수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란 우리가 원하는 커피 향기와 맛을 위해 커피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그리고 물의 온도를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학(engineering)에서 사용하는 설계(design)이라는 용어가 나온 김에 ‘변수’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커피의 향기와 맛,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3가지 요소를 모두 변수라고 합니다. 커피의 향기와 맛은 커피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그리고 물의 온도라는 3가지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커피의 향기와 맛은 스스로 결정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커피를 얼마나 곱게 갈았는지, 얼마나 강한 물줄기로 부었는지, 얼마나 뜨거운 물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그 향기와 맛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수를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s)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종속변수를 결정짓는 3가지 변수를 뭐라고 할까요? 바로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s)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독립변수인 커피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그리고 물의 온도가 커피의 향기와 맛을 좌우하는 변수인 것입니다. 이들 변수 중 원두와 물의 접촉면적,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은 또 다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변수도 또 다른 변수의 종속변수인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원두의 분쇄도, 원두의 양이 접촉면적과 접촉시간을 바꿉니다. 뜸들이기 시간이 접촉면적을 바꾸기도 합니다. 또한 물의 온도는 미세하지만 접촉시간에 영향을 줍니다. 이 3가지 변수는 사실 다른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으니까 또 다른 종속변수가 됩니다.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란 이 독립변수들을 어떻게 조합할 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독립변수가 설계와 관련되어 있을 때, 독립변수를 특별히 설계변수(design variables)라고도 부릅니다.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학분야에서 말입니다.

변수에 대해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중학수학 함수와 최고의 커피 한잔’이라는 포스팅에서 변수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확인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커피추출 변수 간의 상호관계와 합성함수

위에서 말씀 드린바와 같이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과 접촉면적은 원두의 분쇄도, 원두의 양에 영향을 받습니다.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 면적은 커피 향기와 맛에 영향을 줍니다. 이 경우, ‘커피 향기와 맛은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그리고 물 온도의 함수이다’라고 합니다. 또한 종속변수인 ‘커피 향기와 맛’을 함수값(value of function)이라고도 합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린 변수들을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커피 향기와 맛은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물 온도의 함수
(2) 원두와 물의 접촉면적은 원두 분쇄도와 원두량의 함수
(3)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은 원두 분쇄도와 원두량, 물 온도의 함수

이를 수학에서 쓰는 기호로 써 보겠습니다.
(1) 커피 향기와 맛 = f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 접촉면적, 물 온도)
(2) 원두와 물의 접촉면적 = g (분쇄도, 원두량)
(3) 원두와 물의 접촉시간 = h (분쇄도, 원두량, 물 온도)

다시 써보면,
커피 향기와 맛 = f ( g, h, 물 온도) 의 형태가 됩니다.
f ( g, h, 물 온도)는 g, h, 물 온도의 함수를 의미하고, g는 분쇄도, 원두량의 함수, h는 분쇄도, 원두량, 물 온도의 함수를 각각 의미합니다. f ( g, h, 물 온도)와 같은 형태를 합성함수(composite function)라고 합니다. 두 함수, g, h를 이어 하나의 함수 f 로 표시하고 나면, 각 변수들 간의 연결 관계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방식이 공학에서도 사용됩니다.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에서는 추가로 포함되어야 할 함수관계가 무척 많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정리하고, 다른 포스팅에서 추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 목표와 바리스타의 역할

레시피 설계를 통해서 원두와 물의 접촉면적, 접촉시간, 물온도를 정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원하는 커피 향기와 맛을 끌어내는 것이 설계의 목표가 됩니다. 커피 향기와 맛을 종속변수 또는 함수 값이라고 했듯이 커피 향기와 맛은 결국 ‘함수’인 것입니다. 공학설계에서는 이를 목적함수라고 합니다.

향기와 맛을 어떤 값으로 표시할 수 있다면, 그 값이 최소 또는 최대의 값을 가지도록 설계변수(=독립변수) 들을 조합하는 과정을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기와 맛을 정량적으로 표시할 수 있고, 설계변수가 이 함수 값에 미치는 영향도 정량화 된다면, 수학적인 표현대로 원하는 값들을 모두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정량화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다만, 그 방향성을 알고 있으니, 조금씩 조절해가면서 원하는 맛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러 설계변수가 동시에 원하는 맛이라는 목적 함수값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고정시킬 수 있는 변수들을 고정시킨 다음,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변수를 조금씩 변화시켜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맛을 변화시키는 설계변수들의 방향성을 알더라도 시행착오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원두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바리스타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

이번 포스팅에서는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에 대한 개념을 공학적인 설계와 비교하며 정리해보았습니다.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는 커피 향기와 맛이 최대한 좋을 수 있도록 커피 추출과 관련된 변수들을 조합하는 과정입니다.

원두의 분쇄도와 같이 어떤 변수가 최종적인 커피 향기와 맛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다면,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도 공학적인 설계처럼 그 값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정량화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드립 레시피 설계는 시행착오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합니다. 커피 원두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바리스타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바리스타들이 추천하는 레시피를 계속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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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위키백과] 함수의 합성